1. 헬프, 미국 흑인 가정부들의 폭로
원작인 캐서린 스톡켓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2011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입니다. 주로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비극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고 인종을 초월한 여성들의 우정에 초점을 맞춰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감독과 각본은 테이트 테일러가 맡았고 배우로는 에이블린 클락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 미니 잭슨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유지니아 스키터 팰런 역의 엠마 스톤이 출연했습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76%, 네이버 영화 관람객 평점 9.42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제작비의 6배 정도의 수익을 내면서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미니 잭슨 역을 맡은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가 제84회 미국 아카데미와 제6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 남부에 사는 흑인 가정부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 초반으로 유색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을 시기이기 때문에 영화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주로 다루지만 여성을 향한 성차별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룹니다.
2. 1960년대 흑인 여성을 향한 인종차별과 성차별
1963년 미국 남부 지역의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주인공인 유지니아 스키터 팰런은 대학 졸업 후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 신문사에 취직합니다.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은 스키터는 동네 친구네 집에서 일하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에게 살림 정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작가 지망생인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삶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에이블린에게 책을 써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흑인 가정부가 백인 고용주에게 당한 부당한 대우를 폭로한 것이 발각된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에 에이블린은 망설입니다. 그러나 차별대우가 더욱 심해지자 스키터의 책 쓰는 일을 돕기로 결심합니다. 이 영화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백인 여성 고용주 힐리는 그 당시 흑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는 백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와 반대로 스키터는 백인들의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백인 여성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당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다르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음을 보여주면서 남녀 성차별의 문제도 꼬집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모든 여성은 어린 나이에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 낳고 가정주부로 사는 일을 평범한 일로 여겼다. 이에 반해 대학 졸업 후 결혼도 하지 않고 작가 일을 하겠다는 주인공 스키터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흑인 가정부들이 백인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모든 사람이 서로를 존중해 주며 차별하거나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3. 영화에서 인종차별을 다룬 방식
이 영화는 백인의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 출판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식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흑인 가정부들이 백인 고용주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백인 여성인 스키터의 제안으로 세상에 알려지지만 사실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를 도우려고 책을 집필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일로 여겨집니다. 정작 이 책의 내용을 제공한 흑인 가정부들은 책 출판 후 백인 고용주가 그녀들이 고발한 사실을 알게 되자 해고당하며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한편 원작 소설의 저자와 영화감독 둘 다 영화의 배경인 미시시피 출신이고 과거에 가정부와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감독이 원작 소설을 읽고 크게 공감하여 영화 제작을 다짐했다고 합니다. 영화에 흑인 가정부로 출연한 배우가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흑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인종차별적 측면에서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나 결말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될 만도 합니다.
4. 짐 크로우 법
미국 남부 주들은 주로 목화 농업을 했기에 노예제를 그들의 문화적 전통으로 여겨 고수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되어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했습니다. 1862년 9월 22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하고 1870년 미국 수정헌법 15조를 통해 흑인 남성들은 자유인의 신분과 참정권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1877년 남부에 주둔하던 연방군이 철수하자 남부 주에 사는 백인들은 흑인들과 함께 사는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남부 백인들은 짐 크로우(Jim Crow) 법이라 불리는 여러 법안을 제정했는데 특히 흑인들의 투표권 박탈 정책을 제정하고 흑인들을 공공연하게 차별했습니다. 식당, 극장, 화장실, 학교를 백인용과 유색인종용으로 나누었는데 실제로 백인들의 시설이 훨씬 좋았으므로 이는 인종차별적 기능을 했습니다. 흑인이 백인 전용 식당에 들어가면 폭행을 당하거나 감옥에 들어가도 항의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흑인이 재산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남부 흑인들이 북부로 이주하려고 하면 백인우월주의자 단체가 이주를 막으려고 고문하거나 불태워 죽였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된 이 법은 1950~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을 거쳐 1965년 선거법이 제정되면서 결국 폐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