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기 있는 자폐 소녀 증인과 변호사의 만남
이 작품은 한 살인 용의자에 대한 재판을 보여주는 법정 영화이면서 변호사가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를 만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2019년에 개봉한 이 한국 영화는 2022년도에 뒤늦게 다시 한번 관심을 끌게 됩니다. 그 이유는 2022년 방영하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 문지원 씨가 이 영화의 각본으로 영화에 데뷔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캐릭터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어서 두 작품의 연관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에서 문지원 작가는 드라마가 이 영화를 통해 탄생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을 연출한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로는 변호사 순호 역의 정우성, 목격자 지우 역의 김향기가 출연합니다. 2019년에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네이버 영화 기자평론가 평점 6점 그리고 관람객 평점 9.16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총 관객 수가 253만 명으로 손익 분기점인 200만 명을 겨우 넘겼습니다.
2. 감동적인 연기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일원이었던 변호사 순호는 생계를 위해서 서민을 대변하는 변호사로서의 신념은 접고 규모가 큰 법률 회사에 들어갑니다. 순호는 한 사건에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인 지우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순호가 지우의 어머니와 검사의 반대를 무릎 쓰고 지우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지우를 설득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좋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몰입감을 높입니다. 변호사 순호 역의 정우성은 특유의 점잖고 느린 목소리 덕분에 돈만을 쫓는 큰 법률 회사의 변호사보다는 그 직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양심적인 모습의 연기가 더욱 자연스러웠습니다. 촬영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김향기의 자폐 연기는 과하지 않고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특히 배우 김향기의 대사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나는 아마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싶어.” 이 대사는 자폐아인 지우가 법정에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은 경험이 있기에 용기 내어 한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우가 순호에게 한 질문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는 관객이 잠깐 침묵하고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3. 변호사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영화는 살인사건의 재판 과정이 나오는 법정 영화이지만 단지 법조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파킨슨병을 앓는 아버지와 홀로 병간호하는 가난한 아들,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가난한 어머니, 정상인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자폐아처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회적 약자 중에 자폐아 캐릭터를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것은 지우 엄마가 “내 아이가 장애아동이라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말과 변호사 순호가 “특이하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한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순호와 자폐아 지우가 서로를 알아가며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변호사 순호는 현실과의 타협을 버리고 원래 자신이 추구했던 정신인 서민을 위한 변호사로서의 정신을 되찾습니다. 자폐 소녀 지우는 법정에서 장애아 취급을 받고 자신이 하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지만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내어 법정 증언대에 한 번 더 섭니다. 영화는 자폐아를 통해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4. 자폐성 장애와 서번트 증후군
자폐성 장애는 자폐증과 관련된 질병들인 전반적 발달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을 통칭하는 장애입니다. 자폐성 장애의 대표적인 특징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결여입니다. 인지적 공감 능력이 없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특정 인지적 표현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은 뇌에 손상을 입거나 뇌의 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 중에 극소수가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에 비해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증상입니다. 여기서 특정 분야란 암산, 기억, 그림, 음악, 공간지각 등 다양합니다.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그리거나 전화번호부 책을 통째로 외우는 것처럼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발생확률이 발달장애인 중에 100만 분의 1 정도로 매우 낮으며 전 세계에서 서번트 증후군 환자는 100명 이하로 추정될 정도로 매우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