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빼미, 궁궐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 사극
2022년 개봉한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 사극이라는 거의 처음 접해보는 장르라서 더욱 관심을 끕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야기입니다. 조선 왕조에서 최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여 궁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궁중 미스터리 장르입니다. 이 영화는 2005년 개봉된 <왕의 남자>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안태진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천경수 역의 류준열, 인조 역의 유해진, 이형익 역의 최무성, 소현세자 역의 김성철이 출연했습니다.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 신인감독상,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2022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에서 손익 분기점을 넘은 여덟 개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2. 주인공들의 연기력
미스터리 사극이라는 장르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주인공인 류준열과 유해진의 연기력입니다.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맹인을 연기했습니다. 그가 맡은 역할인 천경수는 맹인 침술사입니다. 그는 주맹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데 빛이 없는 곳에서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병입니다. 완전한 맹인은 아니지만 주로 낮에 생활하니 사람들에게 자신을 맹인이라고 소개합니다. 류준열은 이 역할의 연기를 위해 실제 주맹증 환자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인조 역의 유해진은 연기 인생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평소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주로 맡았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코믹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화병으로 몸의 일부가 마비되는 모습과 광기 어린 인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진지한 연기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그의 낯설지만 예측할 수 할 수 없는 광기 어린 왕 역할의 연기가 스릴러 영화에 몰입감을 높이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함 없이 보게 합니다.
3. 독특한 대비 장면
안태진 감독이 영화의 소재로 구상한 핵심 키워드는 주맹증이라고 합니다. 천경수가 궁에 들어간 후 초반에 주맹증을 앓고 있는 천경수의 시선으로 영화의 화면이 바뀌는 장면이 나옵니다. 궁궐의 내의원에서 천경수가 낮 시간에 활동할 때는 정상인 사람들 눈에 비치는 것처럼 칼라 화면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내의원에서 밤 시간에는 주맹증이 있는 천경수의 눈으로 화면을 보여주는데 빛이 하나도 없는 장면이므로 관객들이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푸른 색채로 화면을 보여줍니다. 물론 천경수가 빛이 하나도 없어야 희미하게 보인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천경수의 눈으로 보는 장면을 보여주기 직전에는 매번 다른 등장인물이 모든 빛을 끄는 행동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어둡거나 빛이 없는 장면에서 관객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차별화되고 극적으로 보이도록 한 연출이 훌륭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에 천경수와 인조에 대한 사람들의 대조적인 태도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천경수는 완전한 맹인은 아니지만 약간이나마 보이는 것도 안 보이는 척하며 삽니다. 그래서 중반부에 중요한 사건을 목격한 맹인인 천경수가 뭔가 봤다는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맹인인 천경수의 말은 믿고 인조의 말은 믿지 않게 되면서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에 두 주인공의 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관련하여 천경수와 인조의 위치가 정반대로 바뀝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이런 미천한 신분의 맹인과 한 나라의 왕을 대하는 궁궐 안 사람들의 대조적인 태도가 뒤바뀌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고 통쾌한 결말로 이끕니다.
4. 소현세자와 인조
소현세자는 조선 제16대 임금인 인조의 첫째 아들입니다. 1636년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해서 일어난 전쟁인 병자호란에서 조선이 청나라에게 패배하면서 소현세자는 볼모로 청나라의 심양으로 끌려갔습니다. 하지만 청나라에서 소현세자는 고급관리들과 친분을 맺고 이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조선의 임금에게 몰래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아내의 권유로 심양 근처에 농장을 만들고 청나라로 끌려온 조선인들을 노예 시장에서 구출하여 농장에서 일하게 했으며 수많은 조선인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현세자의 행보는 아버지 인조의 견제를 받게 했습니다. 인조는 청나라의 침입을 막지 못했으며 청나라의 협박을 계속 받았기에 청나라에 대한 그의 증오심은 매우 컸습니다. 그리고 인조는 청나라가 소현세자를 앞세워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는 두려움에 떨었으며 소현세자와 그의 자식들만 없으면 자신이 안전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1645년 소현세자가 아내와 함께 조선으로 약 9년 만에 영구 귀국했으나 인조는 귀국을 축하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으며 소현세자는 귀국한 지 3달도 되지 않아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선왕조실록만 보면 독살로 추정되지만 다른 기록물을 토대로 한 연구는 지병의 악화로 인한 돌연사의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소현세자가 죽은 뒤 인조는 며느리를 죽이고 손자와 며느리의 집안을 몰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