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루이스 웨인, 홍보가 아쉬웠던 작품
2022년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기 전에 개봉한 영국 영화입니다. 루이스 웨인이라는 영국의 화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실제 생존했던 인물과 실화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감독이자 제작자인 월 샤프가 연출했으며 배우로는 루이스 웨인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밀리 리처드슨 웨인 역의 클레어 포이가 출연했습니다. 12세 관람가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전혀 없는 아름다운 영상들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특이한 점은 현대적인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옛날 스타일로 연출된 영화처럼 느껴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마치 옛날 흑백영화에 색깔만 입힌 것 같은 느낌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풍기기도 합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이므로 배우들의 의상이 그 시대의 옷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 시대에 만들어진 영화처럼 고전 영화의 잔잔함과 옛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합니다.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라고 분류되어 있으나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 가난했던 화가의 자서전 같은 이야기입니다. 영화 초반에 루이스의 젊은 시절로 시작해서 후반에는 나이 들어 늙은 모습을 보여주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젊은 월 샤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영상미가 뛰어납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른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팬데믹이 끝나기 전 개봉되었고 영화의 정보 또한 약간 이상하게 홍보되어 흥행이 되지 않은 듯한데 이 점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참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2. 양손잡이 천제 화가 루이스 웨인
주인공인 루이스는 양손에 펜을 잡고 동시에 다른 두 대상을 그릴 수 있는 천재 화가입니다. 그러나 그림 그리는 것 이외에는 모든 일에 서툴렀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윗입술이 갈라져 있는 결순 증상이 약간 있어서 사람들을 대할 때 자신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여동생들의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온 여성인 에밀리를 보자마자 그의 세상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서로를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여 만난 후 짧은 시간 안에 결혼하여 신혼집을 차리지만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아내의 병간호를 직접 하지만 죽을 날이 머지않았음을 알게 되고 루이스는 아내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그들이 신혼집에 지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 근처에서 발견한 고양이를 키웠는데 루이스는 그 고양이를 모델로 많은 그림을 그립니다.
3. 아내를 위해 그린 고양이 그림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던 루이스는 결혼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신문사에 그림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신문사 사장에게 거의 사정하다시피 하여 그림을 팔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아픈 아내를 위해 고양이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고양이를 보이는 그대로 묘사한 것뿐만 아니라, 아픈 아내를 즐겁게 해 주려는 듯이 고양이를 의인화하여 그렸는데 고양이가 사람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예로 머그컵을 닦는 고양이, 안경 쓰고 신문 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귀여운 아이처럼 그려냈습니다. 그의 아내는 아픈 와중에도 이 그림들을 신문사 사장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루이스를 설득했고 결국 루이스의 고양이 그림은 신문에 싣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 당시엔 이런 의인화되고 재미있게 그려진 고양이 그림은 새롭고 신기한 것이었기에 아직도 그는 고양이 화가로 불립니다. 하마터면 조용히 묻힐 뻔했던 그의 천재성이 그가 사랑한 아내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고양이 화가로 불린 그는 국제 고양이 클럽 회장이라는 재미있는 이력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문과 동화책에까지 삽화로 실린 그의 그림의 인기가 대중적으로 높았던 것에 비해서 그는 출판사와의 저작권 협상 능력이 부족하여 소득이 적었기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4.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상미
영화의 초반부에는 영상을 잠깐 멈춰 놓고 정지된 화면을 계속 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이 가득합니다. 화면을 보는 것이 마치 미술관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색칠한 유화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감독은 일부러 계획적으로 시청자가 이렇게 느끼도록 의도한 듯이 화면 비율을 세로로 길게 배치한 캔버스처럼 영상이 보이도록 연출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영화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술관과 영화관에 동시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서정적이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색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는 아내의 죽음 이후 여러 불행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로 바뀝니다. 이는 영화 초반부에 뛰어난 영상미에 드러난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감과 빛으로 밝은 분위기를 담아냈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그의 동물 그림들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며 이것이 주인공인 화가 루이스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