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린 북, 두 남자의 여행으로 쌓인 우정
천재 피아니스트와 다혈질 운전사가 연주를 위해 함께 여행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2019년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감독 피터 패럴리가 연출을 맡았고 배우로는 토니 발레롱가 역의 비고 모텐슨, 돈 셜리 역의 마허샬라 알리가 출연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초반으로 인종차별이 널리 퍼져 있던 시기이며 이야기는 백인이지만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백인 운전사와 흑인 피아니스트의 여정을 통해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 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78%, 네이버 영화 관람객 평점 9.55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제작비와 마케팅비로 약 6,000만 달러가 사용됐으나 극장 총 수익이 약 3억 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는 실존 인물이며 그들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었습니다.
2. 배우들의 완벽한 변신
1962년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는 뉴욕의 한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나이트클럽이 두 달 동안 문을 닫게 되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에 미국 남부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앞둔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로 채용됩니다. 그는 공연 기획사 담당자로부터 받은 그린 북을 참고하며 돈 셜리와 함께 공연 여행을 시작합니다.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는 성격과 취향이 너무 다르게 보여서 영화 초반부에 여행의 시작부터 긴장감이 흐릅니다. 돈 셜리는 유명한 천재 피아니스트로 상류층 사람들과 친분이 많으며 발음이 상류층 백인처럼 정확하고 행동이나 걸음걸이 또한 급하지 않고 우아합니다. 반면 토니 발레롱가는 나이트클럽에서 술 취해 난동 부리는 사람을 상대하며 부자의 눈에 들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짧은 발음으로 말한다. 이런 말투를 통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더욱 돋보입니다. 토니 발레롱가 역의 비고 모텐슨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연기했고 또한 돈 셜리 역의 마허샬라 알리도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흑인 특유의 말투로 연기했기에 이 작품에서 그들의 말투가 다른 영화와 확연히 다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위해 비고 모텐슨은 20kg 정도 살을 찌웠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피자 한 판을 통째로 허겁지겁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그의 모습과 외모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보인 날렵한 모습과 너무도 달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확실하게 이해를 돕는 갈등 해소 장치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 서로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정을 쌓게 됩니다. 감독은 자동차 안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공간으로 설정한 듯합니다. 차 안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기는데 돈 셜리가 한 번도 듣지 못한 대중음악과 처음 접하는 프라이드치킨에 대해서 토니 발레롱가가 알려줍니다. 또한 토니 발레롱가가 한 상점의 외부 진열대에서 도둑질하는 것을 돈 셜리가 바로잡아 줍니다. 그리고 매우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해 가는 것을 음식과 음악으로 보여줍니다. 항상 우아하고 깔끔한 식사만 하던 돈 셜리가 토니 발레롱가의 권유로 인해 맨손으로 프라이드치킨을 처음 맛보는 모습과 라디오에서 나오는 대중음악을 처음 듣는 장면에서 그가 조금씩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영화의 후반부에 토니는 자신의 보수가 줄어들 것을 알면서도 백인들의 식당에서 돈 셜리를 향한 인종차별을 참지 않고 연주장에서 돈 셜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두 사람이 함께 간 흑인 클럽에서 토니의 권유로 돈 셜리는 클럽의 낡은 피아노로 클래식 음악이 아닌 흑인들에게 인기 있는 음악을 신나게 연주합니다. 토니는 영화의 초반부에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의식을 갖고 있었으나 여행하면서 돈 셜리를 무시하는 백인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조금씩 변화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잘 그려내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4. 그린 북
그린 북은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에서 비롯된 것으로 1936년에 발행되었고 실제로 존재한 책입니다. 1930~1960년대 말까지 미국 남부 지역에서 판매된 가이드북으로 불가피하게 남부 지역을 여행해야 했던 흑인 여행자나 운전자들을 위한 안내서였습니다. 영화 속 배경인 1960년대는 짐 크로우 법에 의해 백인과 흑인의 구분이 엄격하고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남부 지역 내에서 흑인 여행자들은 그들이 출입 가능한 숙박 시설과 음식점, 여행지, 상점을 지역별로 모아 기록해 놓은 이 책자를 참고하여 여행 장소를 선택했습니다.